01. 고재열 기자와 함께하는 ‘버킷리스트 여행계획’ 세우기

편집 마감을 마치고 집에 가니 토요일 새벽 3시, 잠깐 눈을 붙인 뒤 눈곱만 떼고 아침 7시에 집을 나섰다.
차를 몰고 간 곳은 여주의 바비큐 행사장, 독자들에게 대접할 바비큐를 부위별로 구매했다. 독자들과 만나기로 한 여행대학에 먼저 가서 숯에 불을 피우고 준비한 조지아(그루지야) 와인으로 테이블을 꾸몄다. 편집국 견학을 마치고 온 독자들에게 술과 고기를 대접하고 나니 이제 끝날 시간. 비록 이야기는 충분히 못 나누었지만 음식으로 전달한 마음을 잘 받아가셨기를.


02. 장일호 기자와 함께하는 ‘요즘 뭐 읽어?’

솔직히 아무도 안 올 줄 알았다. 날씨 좋은 주말에 고작 나를 만나러 돈을 내고 온다니.... 안 오길 바랐다는 말이 더 적확할지도 모르겠다. 어렵게 예매한 연극 티켓 공연 날이 하필 ‘중림동 다이내믹’ 행사 당일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연극표를 날려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편집국에서 각자 골라온 책 한두 권씩 앞에 두고 3시간 넘게 대화가 이어졌다. 독자들만 기자가 보고 싶었던 게 아니다. 시간을 보내는 동안 실은 나도,
독자가 보고 싶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 기사를 정성스럽게 읽어주는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는 경험, 바이라인이 들어가지 않는 작은 기사라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는 직업윤리를 다시금 다짐하는 시간. 그래서 다음에 또 언제 한다고요?


03. 전혜원·신선영 기자와 함께하는 KTX 승무원 이야기

다음스토리 펀딩 ‘KTX 여승무원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를 연재하면서 이들의 문제가 간접고용·안전·성차별이 겹친 한국 사회의 상징적인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그 고민을 독자들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장이 직접 참석했다. 〈시사IN〉의 오랜 독자, KTX 외주화 문제를 들여다보는 연구자, 현직 교사 등이 편집국 옆 ‘중림공장 PUB’에서 맥주를 마시며 김승하 지부장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귀한 시간을 내어준 김 지부장과 참가자들께 감사드린다.


04. 이오성 기자와 함께하는 중림동 맛 기행

말하자면 ‘전문성 제로’였다. 편집국 내에서 소수로부터 ‘한 식탐’ 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뿐, 정작 식도락 기사를 거의 쓰지 않았다. 무슨 ‘맛 기행’씩이나 이끌 깜냥이 아니었다. 프로그램이 얼추 짜인 뒤에야 대책 없이 속앓이를 해야 했다. 그래서 더욱 참가해주신 독자들께 고마움을 느낀다. 중림동 맛 기행이 아니라, 중림동 ‘중구난방’쯤 되었던 것 같다. 게스트로 참석해 난처한 자리를 환히 빛내주신 ‘옛 그림으로 읽는 우리 음식’ 필자 고영씨에게 감사드린다.


05. 조남진 기자와 함께하는 사진 클리닉

나름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고 참가자들에게 나눠줄 자료도 준비했다. 미디어를 전공하고 싶어 하는 고교생 딸과 어머니, 과거 사진 관련 직업에 종사했다는 50대 독자 등과 함께 최순실씨 사진 특종 과정과 최근 사진 경향, 그리고 고교생을 위한 미디어 접근법 등을 2시간30분가량 진행했다. 다음번에는 보도사진의 변화를 모색하는 젊은 사진가들과 토론하는 시간으로 꾸며지기를 감히 바라본다.


06. 천관율 기자와 함께하는 정치의 발견

독자 번개 프로젝트라고? 번개라면 맥주지. 번개 시간이 오후 4시라고 들었을 때라도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야 했다. 뭔가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하라는 뜻이란 걸. 하지만 알코올 의존증의 뇌는 이렇게 작동한다. 아, 낮술하라는 뜻이구나. 그 덕분에 그날 중림동 일대에서 가장 대책 없는 테이블로 우리가 단연 손에 꼽혔다. 알코올 소비량까지 해서 2관왕! 번개 멤버들은 기자의 맥락 없는 횡설수설을 경청해주는 넉넉함과, 기자 저놈에게 기대할 것이 없으니 우리끼리 재밌게 놀자는 현명함을 동시에 보여주셨다. 놀라운 경험이 다고 그날 말씀을 드렸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알코올 의존증의 뇌는 이렇게 작동한다.


07. 양한모 기자와 함께하는 캐리커처 도전기

학생들 모두 그려주고 싶다는 담임교사, 어릴 때 그린 사랑하는 가족의 캐리커처를 아직도 냉장고에 붙여놓았다는 회사원,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싶다는 현직 캐릭터 디자이너. 정치적으로 오염된 이들을 캐리커처로 풍자하며 그리다 보니 혹 오염됐을지 모를 30년 경력이 부끄러웠다. 짧은 훈수에 그 오염이 묻어나지 않았을까 은근히 걱정되었다. 짧은 시간 탓에 참석자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서 선물하는 것을 깜빡했다. 다음에 기회가 있기를.


08. 이숙이 기자와 함께하는 여의도 뒷담화

시간이 턱없이 모자랐다. 참석한 독자들 사연만 듣는 데도 20~30분이 휘리릭 흘렀다. 인천에서 온 중년의 중학교 교사, 세종에서 올라온 20대 공익근무병, 정치 참여를 꿈꾸는 40대 유명 사교육업체 강사, 이미 정치 현장을 누비고 있는 30대 현직 기자 등 연령대도, 직업도, 사연도 다양했다. 중국에서 친구 만나러 왔다가 얼결에 동참한 IT 사업가도 있었다. 한때 중국 매체의 기자를 한 적이 있다는 그는 한국 기자들이 독자와 만나는 현장이 궁금해서 따라왔다고 했다. 우리말을 하나도 못하는 그분 덕에 되도 않는 영어까지 했다. 아쉬운 작별의 시간, 참석자들은 “여태껏 접해보지 못했던 얘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응원해주었다. 다른 다이내믹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들이 다음에 만나고픈 기자로 가장 많이 뽑아주었다던데, 감사한 한편 부담스럽기도 하다.


09. 남문희 기자와 함께하는 한반도 토크

행사 하루 전 페이스북에 ‘요즘 시국 때문에 불안해서 잠 못 이루는 분들은 오시라’는 글을 올릴 때만 해도 별 기대를 안 했다. 웬걸, 독자들이 막판에 지원을 많이 해주었다. 뒤늦게 행사 소식을 안 독자가 많았던 것 같다. 연령도, 직업도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역시 공통점은 진지하다는 것, 주제에 대한 집중력이 대단했다. 각자의 궁금증, 문제의식이 너무 다양해 일단 북핵 문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먼저 얘기하는 데만 무려 세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듣는 이들이 미동도 안 하고 열중을 하니 중간에 끊을 수 없었다. 저녁 8시가 됐는데도 질의응답이 계속 이어질 태세이자, 한 참석자가 “할 얘기도 많은데 밥 먹으면서 합시다”라고 제안했다. 이 제안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꼬박 밤을 새울 뻔했다.


10. 이종태 기자와 함께하는 경제살롱

의외로 많은 독자들이 찾아주었다. 재미없고 골치 아프고 가끔 그래프와 수치까지 집어넣는 경제 기사를 의의로 많이 읽어주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송구스러움을 느꼈다. 처음엔 얼굴을 들기 어려울 정도였다. 개인적으론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기사 주제를 어떻게 정하고 취재하는지, 어떤 부분에 무게를 두는지 설명하고, 편집국으로 올라가 양한모 선배의 캐리돌과 전혜원 기자의 책상을 구경한 뒤 회사 주변의 맥줏집으로 자리를 옮겨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경제를 공부할 것인가’에서 조선업과 금융, 삼성 문제를 거쳐 ‘후자폐 경제학(Post-autistic Economic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귀한 휴일 오후와 밤 시간을 쪼개 찾아준 독자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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