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군 사이버사령부 530단 업무를 잘 아는 인사는 댓글 사건을 파편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댓글 작업의 큰 그림이 있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시사IN〉은 군·국정원 댓글 사건의 핵심 의혹을 밝혀줄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 국군 사이버사령부 530단(심리전단)장이었던 이태하씨가, 사건이 터진 2013년 10월 당시 국회 관계자와 대화한 내용이다. 530단은 군의 댓글부대였다. 이태하씨는 댓글 부대를 이끌고 직접 댓글을 단 혐의로 현재 징역형을 살고 있다(〈시사IN〉 제401호 ‘어서 일하던 애국자 징역 2년 받던 날’ 기사 참조). 2심에서 1년6개월로 감형돼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그는 2013년 국감을 앞두고 국방위원회 소속이던 김광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강동기 보좌관을 만났다. 530단 업무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정치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적극 방어하면서도 관련 업무를 청와대에 보고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대화 내용 일부를 보면 아래와 같다.

강동기 보좌관:(530단) 보고체계는 어떻게 되나? (김관진) 장관님께 누가 들고 가나?
이태하 심리전단장:제가 (사이버사령부) 사령관님하고 장관님한테 보고드린다.
강동기:청와대에도 보고하나?
이태하:지금은 안 한다. 최근에 안 했다.
강동기:(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된) 2010년부터 단장이었죠?
이태하:그렇다.
강동기:초대 단장으로 지금까지 (업무를) 했는데, 지금까지 청와대에 한 번도 보고한 적 없나?
이태하:어떤 보고를 말하나?
강동기:이 업무 관련해서.
이태하:업무 관련해서 상황 보고는 저걸로 보낼 수 있다. 상황 보고 들어간다, 당연히.
강동기:그건 누가 보고하나?
이태하:보고가 아니라 망으로 들어간다, 시스템.
강동기:지금은?
이태하:지금도 마찬가지로 시스템에서 들어간다.

530단의 댓글 작업을 해명하기 위해서 한 말이었지만, 이태하씨는 명확하게 관련 업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530단 부단장 역할을 했던 김기현씨의 내부 고발과도 일치한다. 댓글 작업 보고서를 청와대에 시스템으로 보고했다는 것이다. 군 댓글 작업은 밤새 진행됐고 결과를 아침마다 청와대에 보냈다는 뜻이다. 담긴 내용은, 이명박·박근혜 옹호, 문재인·안철수·이정희 비방 등이었다. 당시 댓글 작전 실무를 총괄한 조직의 ‘넘버 1(이태하)’과 ‘넘버 2(김기현)’의 동일한 증언이다. 이를 충실히 해냈던 연제욱 사이버사령관은 18대 대선 직전인 2012년 11월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영전했다.

“조직도를 봐라, 정점에 MB가 있다”

이 녹취록은 왜 핵심 증거가 될까.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12월 발각된 국정원 댓글 사건과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10월 발각된 군 댓글 사건의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탄생의 정통성을 건드리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가기구가 저열한 악플과 그림을 퍼뜨리면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이유는 간명하다. ‘시켜서’이다. 명령에 따르는 군인·군무원, 요원에게 누가 시켰느냐가 사건의 핵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관련 수사는 끊임없이 방해를 받았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 지휘 라인은 줄줄이 쫓겨났다.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혼외자 의혹으로 직을 내려놓았고, 윤석열 수사팀장은 팀에서 배제되어 좌천당했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군 검찰은 김관진 장관을 소환조사도 하지 못했다. 당시 초기 조사를 지시한 이가 김관진 장관이었다.

결국 이때 수사로 밝혀진 부분은 일부에 불과했다. 국기문란 범죄의 정점에 군 통수권자이자 국정원장의 독대 보고를 매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번에 〈시사IN〉이 확보한 녹취록은, 댓글부대의 지휘자인 이태하 전 단장이 청와대에 보고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직접 인정한 최초의 증거다.

상명하복 관계에서 철저하게 지시·보고 체계로 움직이는 군의 보고서가 청와대로 들어갔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윗선이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진행될 군 조사와 검찰 수사가 파헤쳐야 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서 당시 이태하 전 단장은 녹취록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시사IN 조남진2015년 5월15일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이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이태하:원래 심리전단은 합참의 민심부에 있었다. 그러다가 2010년 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되면서 통합됐다. 사이버사령부에, 제가 있던 조직인 심리전 인원만 데리고 들어왔다. 이명박 대통령님께서 사단을 하나 없애서라도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해(라고 했는데)도, 인원 하나를 안 (늘려)줬다. 그러다가 2011년도에 편제를 확 늘려줬다.

그는 또 국정원의 돈을 받은 사실도 인정했다.

이태하:국정원에 전반적인 정보 예산을 가져다 쓰는 경우는 있지만, 업무를 가지고 통제를 받는다거나 승인을 받거나 그런 건 없다. 국정원 예산은 (사이버사령부에서) 530단이 주로 쓴다. 그 돈으로 사업을 하지, 운영비로 쓰지는 않는다. 그리고 영수증 다 청구한다.

국정원과 군의 조직적 공조 의혹은 이미 불거졌고 일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2013년 댓글 사건이 연이어 터지던 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국가보훈처도 대선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국군 사이버사령부-국정원-국가보훈처 삼각 공조’ 의혹이다. 사이버사령부 530단 업무를 잘 아는 인사는 댓글 사건을 파편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각 국가기관의 수뇌부가 모두 육사 출신이라며, 일사불란하게 조직을 장악하고 댓글 작업을 하는 큰 그림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국정원 댓글 작업의 지휘 라인이던 이종명 국정원 3차장은 육사 35기다. 합참 민심부에도 근무한 바 있다. 현역 군인의 국정원 차장 임명은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었다. 게다가 댓글 작전을 펼친 연제욱 사이버사령관도 육사 38기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도 육사 27기다. 일사불란하게 조직을 장악한 컨트롤타워가 있다는 의심이 짙다. 군 사이버사령부 530단 업무를 잘 알고 있는 인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 웬만한 사람은 이명박 청와대의 실세 비서관 앞에서 머리 박았다는 말이 돌았다. 그럼 이 모든 뜻은 MB의 의중이 담겨 있지 않겠나. 조직도를 봐라, 정점에 MB가 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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