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8일 금융회사가 아니더라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소액해외송금업자’로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된 덕이다. 이제 비트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업자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소액해외송금업자로 등록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해외 송금을 하려면 ‘스위프트(SWIFT)’라는 은행 간 통신망을 통해야 한다. 송금 완료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여러 중개 기관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했다. 비트코인을 통하면 해외 송금 절차가 간소해진다. 원화를 비트코인으로 바꿔,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해 돈을 받는 사람이 거주하는 나라로 보내고, 이 비트코인을 해당 나라의 화폐로 바꾸어 수취인에게 지급하는 식이다. 절차가 간편해진 만큼 수수료도 0.5~1%대로 낮출 수 있고, 송금에 소요되는 시간도 24시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2008년 처음 등장했을 당시, 일종의 대안 화폐로 소개되었다. 비트코인 설계자(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각 국가가 정부 정책에 따라 통화량을 조정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에 가상화폐를 고안했다. 한정된 수량의 비트코인을 만들어두고, 설계자가 짜놓은 알고리즘에 따라 기존 거래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연산 작업을 해 비트코인을 취득한다(이를 ‘채굴’이라 한다). 채굴한 비트코인은 거래가 가능하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자의 거래 내용을 블록으로 형성해 연결한 형태를 뜻한다. 거래 내용이 블록으로 분산돼 개인 네트워크에 공동으로 관리하는 기술이다. 거래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암호화해 공개된 분산 원장(元帳)에 기록된다. 보안성 덕분에 경제적 가치를 담보할 수 있고, 물건이나 서비스의 ‘지급수단’으로 기능하면 궁극적으로 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게 비트코인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실제 화폐처럼 유통되기에는 장벽이 높았다. 중앙정부에서 화폐에 대한 지급 보증을 해주어야 화폐로서 통용될 수 있는데, 중앙정부의 통제를 거부한다는 비트코인의 취지와는 맞지 않았다. 비트코인은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만 거래되었고, 일본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콕스가 2014년 2월 파산하는 등 실패한 이상주의자의 시도 정도로 평가되기도 했다.

최근 비트코인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투자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다. 2010년 5월 약 0.003달러에 불과했던 1BTC(비트코인의 단위) 가격은 2017년 6월11일 약 3000달러를 넘었다. 몇 년 전 재미 삼아 비트코인을 구매해두었던 사람들이 비트코인 가격 급등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서,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안에 1BTC 가격이 5000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투기성 수요가 늘면서 가격 역시 급락을 거듭했다.

비트코인 거래소는 비트코인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식시장에서 거래를 촉진하는 기법을 차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법이 보유한 자산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진 주식을 매수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레버리지 거래’다. 가령 1BTC가 300만원의 가치를 가질 때, 75만원을 보유한 투자자는 상식적으로 1BTC를 매수할 수 없다. 투자자가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4배의 레버리지를 설정하면 보유 중인 자산의 4배인 300만원의 가치를 가지는 1BTC를 매수할 수 있다. 레버리지 거래를 하면 비트코인의 가격이 상승했을 때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률은 원금 대비 크게 증가하지만, 비트코인의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 손실 폭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공매도’ 역시 비트코인 거래에서 활성화되었다. 레버리지 거래와 공매도 덕에 비트코인 거래가 활성화되었지만, 반대로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가 투기로 변하는 경우도 많다.

비트코인에 적용되는 법률 없어

비트코인 거래는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다. 국내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화폐’나 ‘선불 전자지급수단’과 유사하지만, 비트코인은 이 개념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법적 공백은 거래 당사자에게 피해로 돌아오기도 한다. 최근 해킹당한 우리나라 비트코인 거래소 B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거래량 기준 전 세계 4위 규모 거래소인 B사는 해커에게 공격을 받아 고객의 비트코인 관련 정보가 유출되었다. 만약 비트코인에 전자금융거래법이 적용됐다면, 비트코인 거래를 업으로 하는 사업자들은 ‘전자금융업자’로서 각종 규제를 지켜야 한다. 금융 당국에 등록하거나 허가를 받고, 법률상 요구되는 자본금을 보유해야 한다.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관리적 조치를 취하며, 거래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비트코인이 기반을 둔 블록체인 기술은 완벽한 보안을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에서 보안 조치를 제대로 구현하지 않으면 비트코인 역시 해킹을 비롯한 각종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이번 사태의 교훈이다. 최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트코인 거래소의 인가제를 추진하는 등 관련된 입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렇게 여러 위험성이 있지만, 비트코인 거래 활성화는 금융을 비롯한 사회 시스템 전반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변화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금융거래는 거래 상대방과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거래 상대방과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담보해주는 금융기관 등 중개업이 발전했고, 중개업자들은 수수료 수익을 얻으며 관련 정보를 독점했다.

ⓒWikipedia 갈무리영국 가수 이모젠 힙(위)은 신곡을 블록체인 기반인 오픈 플랫폼 ‘유조뮤직’에 공개했다.

비트코인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거래가 공개 원장에 기록이 되기 때문에 중개업자 없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최근 영국 가수 이모젠 힙은 신곡을 블록체인 기반인 오픈 플랫폼 ‘유조뮤직(Ujo Music)’에 공개했다. 스트리밍할 때나 다운로드할 때, 동영상에 삽입할 때 등 다양한 저작권 사례별로 비용을 구분하고 결제 체계를 갖췄다. 우리로 치면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등 중개업자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저작권자 사이 직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힙은 인터뷰에서 “작곡가들이 정당한 가치를 돌려받지 못하는 실정에서 저작권을 가진 모두가 정당한 권리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및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강화하면, 중개업자에게 집중되었던 부와 정보를 분산할 수 있다. 공개된 블록체인상의 기록을 통해 온라인에서 공인인증서 없이 본인을 인증할 수 있고, 카드 사용 실적이나 예금 현황에 의존하지 않은 채 신용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기존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는 지렛대 구실이 가능한 것이다.

기자명 이나래 (변호사·포도트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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